나는 경상도 출신이 아니지만 아버지께서 경상도 출신이셔서 내가 경험한 집밥 문화에는 경상도식 음식 문화가 곳곳에 섞여 있다.
그렇게 먹고 자란 탓인지 난 결혼 후에도 가끔씩 아내에게 경상도식 음식을 추천하여 먹을 때가 있다.
오늘 새해를 맞아 떡국을 먹자고 한 아내에게 나는 경상도식 떡국을 권하였고, 아내가 내 얘기를 참조하여 기꺼이 만들어줘서 맛있는 떡국 한끼를 먹었다.
내가 경상도식이라고 알고 있는 우리집만의 떡국의 특징은 '꾸미'라는 고명이다. (우리집 방식이 모든 경상도 방식을 대표할 수 없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 '꾸미'라는 고명은 다진 소고기와 조선간장 베이스로 만든 음식으로 아래와 같이 약간 국물이 자박하여 떡국 육수에 간을 맞추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육향을 더 가미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떡국을 끓일 때, 육수에 간을 별로 하지 않는다.
완성된 떡국 (떡만두국)의 모습이다. 내가 만두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여 만두를 추가 하였고, 고명으로 꾸미 이외에 황백 지단과 김가루를 추가 하였다. 이제 이것들을 잘 섞어서 국물의 간을 보고 부족하면 꾸미를 더 넣으면 된다.
곁들여 먹을 반찬으로 배추김치, 갓김치, 총각김치를 먹었다. 이 중에 베스트는 전라도식 배추 김치였다. (전라도식 김치는 부모님 지인으로부터 얻게 됨)
전라도식 특유의 칼칼함과 젓갈맛에 잘 익은 새콤함이 어우러져 떡국과 환상의 콜라보를 이루었다.
꾸미로 인해 한층 더 풍부한 육수와 쌀떡의 기분좋은 치감, 황백지단의 고소함, 프레쉬한 김치가 어우러져서 정말 맛있게 흡입하고 나니 금방 완국 하였다.
한가지 조금 아쉬웠던 것은 오히려 만두였다. 평소에 만두를 엄청 좋아하는 나지만, 이 경상도식 떡국 스타일에는 약간 이방인처럼 겉돌았다. 떡만두국이 아닌 떡국 레시피여서 그런 것 같다.
여담이지만 옛날부터 경상도와 같은 남부지방에서는 만두국이 아닌 떡국을 먹었고, 북한과 같은 북부지방에서는 만두국을 먹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남부지방에는 쌀이 풍부하여 떡을 만들어먹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평소 복이라는 개념 자체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 나로서 새해라는 의미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그저 태양력인 그레고리력을 사용하는 현재 인류 사회에서 연도가 바뀐 것 뿐이다. 그래도 이런 문화 덕분에 이렇게 좋은 음식을 맛있게 먹은 것은 나에게 꽤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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