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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맛집

의정부 평양냉면 맛집 '평양면옥' 본점 (의정부파 평양냉면의 조상)

우리나라 평양냉면의 대표적인 계보로 장충동파와 의정부파가 있다. 이 중 의정부파의 뿌리인 의정부 평양면옥은 평양 출신인 김경필 할머니께서 1.4 후퇴 때 월남해 경기도 연천군에서 1969년에 개업하셨고, 1987년에 의정부 가게터에 자리를 잡으면서 의정부파 평양냉면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계보를 이어서 자녀분들이 필동면옥, 을지면옥, 본가평양면옥 등을 운영하고 계신다.

사실 평양냉면의 양대문파, 평양냉면의 계보와 같은 정보들은 개인적으로 마케팅 측면에서 어느정도 가공된 정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정보들이 소바자들의 선택을 용이하게 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선택의 폭을 좁혀서 경험의 확장성 측면에서는 조금 부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유명한 맛집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고 덕분에 오랜 전통의 맛집들 중, 몇몇 맛집들이라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설이 길었는데 아무튼 맛집은 맛있으면 그만이다.

이번에는 저번에 휴무라서 먹지 못한 의정부파 평양냉면의 뿌리인 의정부 '평양면옥'을 방문하였다. 지난번에 먹지 못했을 때는 대체 맛집으로 능라도 일산점을 방문했는데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글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가게 외관은 단독 건물의 형태로 노포 맛집답게 오랜 역사가 느껴졌고 전용 주차장이 넓게 있어서 주차도 편리하다. 손님이 몰릴 때는 주차도 복잡해지는데 주차를 관리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가이드에 따라 주차하면 된다.


자리에 앉으니 일단 면수가 나왔다. 날씨가 쌀쌀하여 일단 따뜻함이 좋았고 입안에 면수 특유의 구수함이 퍼져서 좋았다.


메뉴는 보통의 평양냉면 집처럼 냉면과 제육, 만두 등이 있었고 우리는 제육과 만두, 메밀물냉면을 주문하였다.

밑반찬은 배추김치와 무절임, 제육을 찍어먹는 소스가 나왔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평양냉면 먹을 때는 평양냉면 특성상 밑반찬을 많이 먹지 않는 편이다.


먼저 제육이 나왔다. 투박하게 썰어져 나온 제육은 너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도에 껍질과 비계, 살코기의 비율이 좋아서 식감이 좋았고 어느정도 육향이 느껴지는 괜찮은 맛이었다. 그리고 이 제육은 냉면과 같이 먹었을 때 정말 궁합이 좋은 것 같다.


다음으로 만두가 나왔다. 얇지 않은 만두피에 큼직한 크기로 맛은 이북식 만두답게 슴슴하고 담백한 맛이 났고 씻은 김치가 들어갔는지 약간의 산미도 느껴졌다.


드디어 냉면이 나왔다. 의정부 평양냉면의 특징은 고명으로 고추가루와 파가 곁들여져서 나온다는 점인데 사실 맛에서 느낀 고추가루의 역할은 딱히 모르겠다. 오히려 가끔씩 씹히는 깨의 고소함이 더 임팩트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고기 고명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 고명이 모두 들어있다. 이 집은 소와 돼지로 육수를 만드시는 것 같다.

일단 면을 풀기 전에 육수를 한 모금 마셔봤는데 육향이 진하게 느껴지고 간도 꽤 느껴지는 맛이었다. (간이 느껴지는 것이 평양냉면을 많이 먹다보니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면을 풀고 육수를 다시 한모금 먹어봤는데 확실히 전보다 간도 약해지고 면의 구수함이 더해지는 것 같았다. 육수 테이스팅이 끝나자마자 냉면을 본격적으로 먹었다. 의정부파의 특징 중 하나인 얇은 면의 맛은 전분이 조금 섞인듯한 맛에 촉감은 약간의 미끌거림이 느껴져서 메밀 함량이 엄청 높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메밀의 구수함은 느껴졌고 면이 얇아서 육수를 많이 머금고 있어서 그런지 면을 먹을 때 육수의 육향이 더 느껴지는 것 같아 전체적으로 맛의 조화가 좋았던 것 같다.


정신없이 먹다보니 순식간에 완냉을 했다. 제육부터 만두, 평양냉면까지 정말 완벽한 한 끼였다. 평양냉면을 좋아하시거나 한번 경험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기회되실 때 한번 방문해보시길 추천 드린다. (매주 화요일은 휴무일이니 피하시길 바란다.)